근로자연극제…..

1999-09-13(월)

친구가 직장에서 연극을 한다.

근로자 연극제는 직장연극반들이 일년에 한번씩 경연대회를 하는것이다.

우승하면 상금도 있고..

노동자라는 말을 듣고 살아온 나에게 근로자라는 말은 웬지 낯설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열리는데..

앞에 노동자들이 데모를 하고 있었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인것 같았다.

근로복지공단 앞에서의 데모 무언가 안 맞는것 같다.

난 친구의 부탁으로 진행을 맡게 되었다.

포스터 붙이고, 밥사오고, 필요 물품 구입해오고 입구에서 안내하고 등등등.. 옛날 누리공연한다고 준비하던 생각이 났다.

그런 설레임으로 땀을 흠뻑 흘렸다.

어제 날씨가 무척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에는 에어콘이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수위아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관리하는 기술자 아저씨를 불러주었다.

그 아저씨가 말하길 자기도 틀어주고 싶지만 위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 하다고 한다. 총무부에 말하라는데 그것도 차장급이상이어야 한단다.

그래서 총무부를 가보았다. 그랬더니 돈이 어떻고, 규정이 어떻고, 온도가 어떻고 하면서 이리저리 변명만 늘어놓는다.

얘기를 듣고 있으려니 짜증이 난다. 이곳이 근로복지공단인가? 근로악재공단 아니야..이런..

그렇게 관객들과 출연자들은 비지땀을 흘려가며 연극을 하고 보았다.

꽉 막힌 무대에서 뛰고 노래하는 그들은 땀으로 얼굴이 더욱 빛났다.

내용은 실직한 직장인들이 각자의 어려움으로 돈을벌기 위하여 옷을 벗는다는 내용이다. 어디서 들어본듯한 얘기일텐데..

맞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영화 폴몬티에서 모티브를 빌려왔단다.

남자들이 옷을 벗는다는 것은 금기이다. 금기에 도전하는 그들은 사회로부터 버려진 이들이다. 사회가 그들을 껴안지 않고 도태시킬때 그들은 옷을 벗음으로서 자신을 세상에 알리고 자기의 존재가치를 깨닫는다.

잔치는 끝나고 그들은 즐거움과 만족감과 긴장의 풀어짐과 각각 여러감정의 교차로 인하야 들썩들썩 난리다.

모두들 조금씩 오버하면서 지금까지의 힘듦을 쏟아버리려 한다.

직장다니면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이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밤마다 주말마다 그들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그들은 정말 대단하다.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곳에서 춤패 ‘가관’에 있는 사람과 극단 ‘현장’에 있다는 누님(?)을 만났다.

그들은 자기를 딴따라라고 불렀다.

졸업하고 자기가 믿는 신념에 따라 사회에 진출할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실력이 있다는 증거다.

가관이라는 춤패에 있다는 여자분은 94학번이었는데. 지금 4명이서 학교 졸업하고 활동하고 있단다. 무용과를 졸업했는데. 이춤패를 결성하는것이 그곳에서는 쇼킹이었다고 한다. 4명이서 모든걸 다할 수 있다는 그 자신감과 패기가 좋아보였다.

현장의 누님은 우리에게 무언가 희망을 주고 힘을 주려하였다.

나중에 한건 할거라고..

술을 꽤 많이 마셨다. 이렇게 마니 마셔본게 꽤 된것 같았다.

그건 아주 오랜만에 여러사람들을 만나 중심에 대해 얘기했기 때문이다.

지금 각자의 길을 가는 그 사람들에게도 중심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아직 나이가 안 들어서일수도 있고, 찾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들은 현실에 부딪치며 괴로워하고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방황의 끝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래서 딴따라들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거창하고 묵직하고 진지한 것들을 안으로 숨겨버릴수 있으니까?

아니 그 뒤에 숨을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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