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좃선]회원 2만여명 ‘짠돌이 클럽’ 운영 이대표씨

[사람들] 회원 2만여명 ‘짠돌이 클럽’ 운영 이대표씨

▲ 인터넷 짠돌이클럽 회장 이대표씨가 절약을 통해 돈을 모아 지은 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는 회사 동료에게 공짜로 받은 것이다.

인터넷 다음 카페에서 짠돌이클럽(cafe.daum.net/mmnix)을 운영하는 이대표 (27·아이디 ‘대왕소금’)씨의 한 달 휴대전화 요금은 3850원이다. “분실 신고를 했다가 찾으면 한달은 수신전용으로 3850원에 쓸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매달 분실 신고를 하면 1년 내내 표준 기본요금(1만4000원)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급히 휴대전화를 쓸 일이 있으면 일단 회수 접수를 마친 뒤 통신회사에서 제공하는 월 10분 무료통화를 이용하고, 다시 분실 신고를 한다.

기기는 회사 동료가 고장났다며 새 걸로 바꾸겠다고 하자 이를 인수, 5000원 주고 고친 흑백 폴더형. “이렇게 멀쩡한데…”라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짠돌이, 짠돌이 해도 이씨같은 짠돌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1회용 면도기를 한 번 사면 1년을 쓴다. “날이 멀쩡한데 왜 버리냐”고 되물었다. 외출할 때는 2000원만 가지고 나간다. 집안을 장식하는 냉장고·세탁기·컴퓨터 등 전자제품은 경품 응모를 통해 받은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유일하게 산 오디오는 원래 18만원짜리인데 공장에 전화를 걸어 12만원에 샀다.

이씨가 절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0년 서울 강남 역삼동에 있는 통신회사를 다니면서부터. 부천 토박이인 이씨는 라면 한 그릇에 4500원씩 하는 강남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우리 동네는 된장찌개가 3000원인데….” 당시 결혼과 새 집 마련이란 목표를 갖고 있던 그는 “여기서 함부로 돈 썼다간 아무 것도 못 이루겠다”고 생각, 긴축·절약 생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짠돌이클럽을 개설, 절약 실천에 박차를 가했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저녁은 꼭 집에 와서 해결했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용돈으로 2만원만 가지고 있으면 넉넉했다. 이렇게 모은 1억원으로 지난해 고교 동창과 결혼도 했고, 가족들이 살 2층짜리 방 5개가 있는 새 집도 지었다.

이씨의 절약 비법은 간단하다. “관심과 노력이 있으면 된다”는 것.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인천기능대학에 등록, 만학(晩學)의 길에 접어든 그는 야간수업에 나가기 전 저녁을 먹고 나선다. 불필요한 외식비를 줄이겠다는 의도. 통학은 자전거로 한다. 교통비 절감. 신용카드도 있긴 하지만 교통카드용이다. 대금 결제는 정지시켜 놓았다. 지난해 정수기 필터를 바꿔야 할 때가 되자 이씨는 정수기 회사에 문의를 했다. 3만5000원이라는 답변이 나오자 “필터 하나 바꾸는 데 너무 비싸다”며 직접 필터 가격을 알아봤다. 1만원. 이씨는 교체 방법을 책을 통해 익힌 뒤 그 뒤론 정수기 필터를 손수 갈고 있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짠돌이클럽도 이젠 회원 수만 2만3336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 됐다. 카페 게시판엔 회원들이 올린 ‘공중전화 낙전 건지는 법’ ‘세탁기 물 다시 쓰기’ 등 생활 속의 절약 팁(Tip)이 쏠쏠하게 올라와 있다. 이런 비결을 모아 올 7월쯤 ‘e-짠돌이(가제)’란 제목으로 책도 펴낼 예정. 그러나 짠돌이들은 무조건 안 쓰고 안 먹자는 극단론자들은 아니다. ‘가치 있게 쓰자’는 것. 클럽 회원들은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 모금운동도 벌였고, 책을 판매해 버는 수입 중 일부는 불우이웃 돕기에 쓸 예정이다. 소금은 소금이되 ‘세상의 소금’이 되자는 게 ‘대왕소금’ 이씨의 소망이다.

지난해 직장을 나온 뒤 아내가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절약이 몸에 배인 탓에 이씨는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위재기자 wj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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