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마포의 유기농 반찬가게 `동네부엌`

[생활] 마포의 유기농 반찬가게 `동네부엌`
“동네 아줌마 8명 공동출자…퇴근길 남편들도 자주 찾아요”

▲ 동네부엌의 살림꾼인 박미현씨(왼쪽)와 이한숙씨. 영양사와 조리사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김창종기자

한달 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명물’이 생겼다. 이름하여 ‘동네부엌’. 네 평짜리 작은 공간인 이곳은 이를테면 반찬가게인데, 평범한 반찬가게가 아니다. 우선 유기농 식재료만 써서 음식을 만든다. 어떤 인공화학조미료도 쓰지 않으니 단연 친환경·무공해 식단이다. 더 특이한 건 동네 아줌마들 여덟 명이 공동출자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히트했던 다큐 있잖아요.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던가? 그거 보고 충격받은 동네 주부들이 유기농 재료를 공동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생활협동조합(마포두레)을 꾸렸는데, 바쁜 맞벌이 가정을 위해 아예 반찬을 공동으로 만들어 나눠 먹자는 의견들이 나왔던 겁니다.”

‘동네부엌’의 대표운영자인 박미현(40)씨는 동네부엌이 처음엔 온라인을 통해 시작됐다고 했다. 음식 솜씨 좋은 전업주부가 반찬을 만들어 놓고 인터넷 주문을 받아 원하는 가정에 배달해주는 식. 하지만 가정집 부엌에서 계속 많은 양의 반찬을 만들기도 어려운 데다 주문은 자꾸만 늘어나 ‘공동 부엌’ 개념의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5000만원의 밑천을 모아 지난달 21일 가게를 장만한 뒤, 16년 영양사 경력을 지닌 박미현씨와 20년 경력의 조리사 이한숙씨가 총대를 멨다. 박씨가 한 달 단위로 바뀌는 식단을 짜면, 이씨는 최선을 다해 맛을 낸다. 아무리 깨끗한 무공해 음식이라도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팔리는 법. 한식당은 물론 출장뷔페, 찬방전문점 등에서 다양한 요리를 해본 경력을 지닌 이씨는 인공화학 조미료 한 점 넣지 않고도 맛깔스런 반찬을 만들어내 단골이 늘어나는 중이다.

음식도 다양하다. 밑반찬은 물론 찌개와 국, 아이들 간식거리까지 있다. 그 중 연근조림, 으깬 감자요리처럼 직접 만들어 먹기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가장 인기 있다. 별미도 인기다. 동지 때는 팥죽이 불티나게 팔렸고, 송년모임 많았던 연말엔 현미김밥과 잡채를 만들어 수입을 올렸다.

“재미있는 건 퇴근길에 반찬 사러 들르는 아빠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죠. 아내들 수고 덜기 위해 요것 조금, 저것 조금씩 싸서 포장해 들고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가격은 조금 비쌉니다. 일반 반찬가게에 비하면 1.5배 정도? 하지만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반찬보다는 훨씬 싸지요.”

새해엔 인근 작은 회사들의 점심 식탁을 공략할 계획이다. “집에선 밥만 싸오고 반찬은 동네부엌에서 공수해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점심 식대도 많이 절약된다”는 게 박씨의 설명.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회원이자 동네부엌 출자자 중의 한 명인 여성학자 이숙경씨는 “이웃과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나눈다는 의미도 있지만 전업주부들의 창업에도 동네부엌이란 모델이 주는 아이디어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네부엌의 장기적인 목표는 지역 곳곳에 체인을 만들어 유기농 음식을 전파하는 동시에 전업주부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02)325-3700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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