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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직원을 대하는 2가지 태도
떠난 직원을 대하는 2가지 태도

고현숙의 3분 코칭

어느 회사에서의 경험이다. 함께 일하다 퇴사한 직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찾아오는 일이 있었다. 어떤 친구는 보험설계사가 되어 나타나서 직원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했고, 출산과 육아 부담 때문에 그만두었던 여직원은 아기를 안고 나타나서 직원들의 환대를 받기도 했다. 몇 년간 소식이 없다가 불쑥 전화를 걸어오거나, 점심시간에 약속을 하고 회사 근처로 오는 직원도 종종 있었다.

그러다 사장과 마주치면 인사를 하였지만 사장은 형식적으로 약간 냉정하게 대하는 듯했다. 급기야 어느 날 사장은 “왜 퇴직한 직원들이 회사에 자꾸 나타나느냐”며 회사 분위기 흐려지니까 자제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말에 직원들은 스스로를 무력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경영자들,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직원이 회사를 떠날 때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직원 못지않게 과로하면서, 자금 문제나 경쟁사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정서적 보상이 있다면 그것은 직원들의 존경심이라고 토로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그런데 떠나는 직원들은 거기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 특히 능력을 인정해 주던 직원이 퇴사할 때 받는 심리적 타격은 짐작보다 꽤 큰 것이다. 그런 배경으로 볼 때 퇴사한 직원들을 대하는 것이 흔쾌하진 않았을 것 같다. 더구나 현재 ‘자신의 휘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그들과 친하게 교류하는 것이 뭔가 모를 불안을 건드렸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장이 이런 입장을 취하자 퇴직 직원들은 이유 없는 죄책감과 거리감을 느끼며 회사와 멀어져 갔다. 회사에 다닐 때부터 퇴직 직원에 대한 사장의 자세를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은 당연히, 퇴사하면 회사에 발길을 끊었다. 직원들을 만나도 밖에서 따로 만나고, ‘우리가 만나는 걸 왜 싫어하고 간섭하느냐’며 종종 불평도 나왔다.

이번엔 아주 다른 회사 얘기다. 이 회사는 아예 퇴사한 직원들을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다. 이른바 OB&G, ‘Old Boys&Girls’의 약자다. 직원 주소록과 별도로 총무부서에서는 OB&G 주소록을 관리하고 업데이트한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OB&G들은 상당한 우대를 받는다. 간혹이지만 경영진과 주요 팀장은 OB&G를 초대하여 저녁식사 모임도 갖는다. 회사의 신년회 파티에는 꼭 OB&G와 그 가족을 초대한다. 창립기념일에는 저명한 인사들의 영상 메시지가 펼쳐지는 중간중간 OB&G들의 영상도 소개된다. 그들은 자기들이 이 회사에서 얼마나 성장했으며, 다른 일을 하는 데 이 회사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말한다. 옆에서 지켜보니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았다. 이 회사 OB&G들은 우선 퇴사하고서도 계속 이 회사의 팬으로 남는다. 심지어 영업사원 역할까지 한다. 그들이 새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전 직장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해 준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퇴직 직원들의 이런 태도는 현재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자부심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퇴사한 직원을 방해꾼으로 보는 회사라면 그 전직원들은 다른 곳에 가서 그 회사 칭찬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앙심을 품고 훼방을 놓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인정해 주길 바라는 법. 자신의 가치를 부정당했을 때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참으로 대접받는 대로 대접하는 셈이다.

얼마 전 읽은 소설가 김형경의 책 <사람 풍경>에는 질투심에 대한 에세이가 실려 있었다. 질투에는 ‘사랑 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라는 심리적 기제가 놓여 있다고 한다. 애인이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에게 눈길만 줘도 질투심이 일어나는 것은 그의 사랑을 받을 자신감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그만큼 질투심으로부터 여유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혹시 퇴직 직원을 대하는 태도 차이의 밑바닥에도 그런 질투의 감정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면 너무 무리한 해석일까. 직원이 떠날 때 구겨져버린 체면과 자존심, 믿었던 직원이 이직할 때 느끼는 무력감. 이것은 사실 애인이나 배우자에게 느끼는 배신감과도 비슷한 체험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경영자가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대하느냐 하는 것, 즉 그 깊은 바닥에 자신감 있음과 없음이라는 차이가 이렇게 퇴사한 직원에 대한 대응을 다르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장의 자신감, 총체적으로는 그 회사의 자신감 말이다. Helen@eklc.co.kr







고현숙은 =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날짜: 2005-05-23 11:09:21, 조회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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